‘어 내가 뭐하려고 했지?’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방금 전까지 생각하던 것을 까먹고 다시 기억해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기억력이 나쁘지?’라고 자신을 자책하거나 ‘혹시 건망증이 있는건 아닌가? 성인 ADHD인가?’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과학은 그건 인간의 본성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며,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본인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1분 1초 개인이 느끼거나 접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마련이며 계속해서 뇌에 과부화가 올 수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뇌는 실수로 정보를 놓치는 것이 아닌, 실시간으로 중요한 정보를 장기기억화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최적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기억에 관한 TED강연자이기도 한 리사 제노바는 일상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예시들을 들면서 우리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밝힌다. 중간중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말을 걸면서 ‘이 책의 앞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죠?’ 물음을 던지며 피식 웃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뇌과학이나 신경생리학 책들은 모호하고 원론적인 경우가 많은데 스토리텔링식으로 기억에 대해 말해주니까 이해도 잘 되고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지금 책의 리뷰를 쓰고 있는 내 자신도 글의 내용에만 집중하지 키보드의 질감이 어떻고 주변에 누가 있고, 온도나 습도 책상의 색깔과 컵에 담긴 물의 양 같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그 모든 것들이 촉각과 시각으로 우리의 뇌에 정보가 전달되었을테지만, 뇌에서 그런 정보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내가 신경쓰고 있는 이 글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중요하므로 해마로 전달되어 장기 기억을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기억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후에는 그러한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한다. 부록에서 ‘기억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라는 제목으로 16가지의 방법들이 소개되어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주의를 기울인다.
- 본다.
- 의미를 부여한다.
- 상상력을 동원한다.
- 공간, 공간, 공간을 활용한다.
- 나와 연관시킨다.
- 극적으로 연출한다.
- 변화를 준다.
- 연습하면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
- 다양한 단서를 활용한다.
- 긍정적 태도를 갖는다.
- 보조장치를 사용한다.
- 맥락이 중요하다.
-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 충분히 잔다.
-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면 고유명사를 일반 명사화한다.
16가지 방법들 중에서 뇌리에 꽂혔던 내용은 12. 보조장치를 사용한다와 15. 충분히 잔다이다. 먼저 ‘보조장치를 사용한다.’는 우리의 기억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메모나 알약 케이스, 캘린더같은 보조장치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연락처를 외우지 않고 그런 도구들에 의존하게 될수록 기억력이 나빠진다고 흔히 말하는데, 오히려 기억력이 확장될 뿐 나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p.209)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전문가이자 인공지능 시리siri의 공동 개발자인 톰 그루버Tom Gruber는 “기억을 외부장치로 확장한다고 해서 기억을 잃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나도 한 명의 메모광인데,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또한 “15. 충분히 잔다.” 내용이 기억에 남는데, 최소 7시간에서 9시간의 수면을 취해주라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 마음아픈 일인데, 6시반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11시반 내지 10시반부터 잠들어야한다는건데 사실상 어렵다… 적어도 밤새는 직업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꼭 기억력 때문이 아니라 운동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는 하루 루틴 때문이라도 수면 시간은 잘 지켜야겠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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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뇌과학 | 3 사회과학 | 23.04.05-23.04.05 | 리사 제노바 | ★★★★★ | 웅진지식하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