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SF 소설은 젊은 과학자나 튼튼한 군인이 주인공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틀을 깨고 엄청난 지능을 가지지도, 몸이 건강하지도 않은 의류 수선과 채소 재배를 즐겨하는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테라포밍[=우주 개척 중 지구 외의 다른 천체에 지구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한 행성에 살아가는데 발전기를 운용하는 방법은 알지만 그 원리는 잘 모르며, 다른 기계 장치들도 행성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만 습득한 상태이다. 다른 생존하는 내용의 SF소설들은 대개 엄청난 지략이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hazard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내용이 대다수인데, SF에 대한 나의 stereotype을 깨준 신선한 소설이었다.

우리가 외계인과 조우하게 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대응할까? 일단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문명과 그들의 외계 문명 발전 정도와 비교할 것이며, 주로 차이점들을 관심있게 볼 것이다. 인간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회 체계와 상이하면 미개하다 여기고, 과학 기술이 우리보다 뒤떨어진다면 그 문명을 하위에 두고 생각한다. 이는 신대륙을 개척하던 과거 유럽 항해자들의 경우에도 그러했고, 외계 문명과 만나는 내용의 영화와 소설들에서도 그런 자세를 취한다. 일례로 영화 ‘아바타’에서는 테란인들이 푸른색 피부를 가진 나비족을 처음 접할 때의 모습을 살펴보면, 알아가는 단계에서는 우호적이지만 인류의 무기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희귀 광물의 채굴을 위해 나비족의 서식지를 함부로 불태우고 파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잔류 인구’에서의 인류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애초에 그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에는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 때문에 테라포밍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하긴 했지만, 결국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행성에 착륙한 인간들은 토착종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혈전이 벌어지게 된다. 한쪽에서는 갑작스런 습격으로, 반대쪽에서는 터전의 상실로 해석하는 상이한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벌어진다. 단 한사람 행성에 남은 주인공 할머니, 세라 오필리아 만큼은 감성적으로 타 종족을 대한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그들을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는 외계 문명에게 인정받게 되었고, 결국 <종족> 공동체와 인류 사이를 매개하는 외교관의 역할을 맡게 된다.종족>

사실… 차가운 이성적인 T 인간(?)인 나에게는 오필리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꽤 있었지만… 동시에 고민해보게 되었다. 만일 내가 행성에 홀로 남아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오필리아처럼 그들을 하나의 공동체, 가족으로 대우하고 그들 무리에 포함되어 살아갈까? 아니면 반대로 사회학자나 언어학자, 정치인, 과학자들처럼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인간에게 우호적인지 도움이 되는지 이해타산을 먼저 따질까? 솔직히 후자에 가까운 나는 잔류 인구로 남았다면 안타깝지만(ㅋㅋ) <종족>의 바베큐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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