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류는 3차원 세계에서 2차원의 시각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더 고차원의 세계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감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2차원에서 살아가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그는 어떤 시야를 가지고 살아갈까?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을 가지고 애드윈 A. 애벗은 ‘플랫랜드’라는 세계를 상정하고 소설을 써 나갔다. 중3 수학 시간에 관련 애니메이션 영상을 본 기억이 있는데, 정말 기발한 생각에 푹 빠져서 봤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책 ‘코스모스’를 읽은 뒤에 참고문헌을 구경하다가 익숙한 제목 ‘플랫랜드’를 발견하고 바로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필로소픽 출판사의 이 버전은 literally ‘주석 달린’ 플랫랜드이다. 아무래도 원서가 19세기 영국에 살던 작가에 의해 쓰였다보니 그 때 당시 유행했던 관용구나 문장, 문법이 사용되고 비유들도 당시 영국에 빗대어서 쓰였기 때문에 주석이 달리면 더욱 받아들이기에 편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챕터별로 좌측 페이지에 줄 번호와 함께 원문이 나와있고, 그에 해당하는 주석은 번호와 함께 우측 페이지에 나와있어서 읽기에 매우 편리한 구성이다.
원문은 19세기에 쓰인 책이다보니 여성 독자들은 플랫랜드의 제도를 읽다보면 거북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당시엔 여성의 참정권이나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고, 가정일을 하는게 당연시되던 시대였으니 이를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수학적 ‘차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여성의 교육권을 탄압하던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책에서 여성은 선분으로 나타나며 언제든지 상대를 찌를 수 있다는 특징과, 주인공인 사각형이 자신의 아내를 통해 지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차원 세계에 살아가던 ‘구’가 플랫랜드(2차원 세계)에 찾아가 네모에게 3차원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이었다. ‘높이’라는 개념이 없는 사각형에게 0차원, 1차원의 세계에 찾아가 2차원의 특성에 대해 배우고 귀납적으로 3차원, 4차원, 그 이상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플랫랜드에 살아가는 인물들이 ‘높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4차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면과 변의 갯수가 등비, 등차수열로 늘어나는 규칙성이 있지만, 우리의 직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현대 수학에서는 4차원(초입체)을 넘어 7차원, 그 이상을 다루기도 하는데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을 연구하고 다룬다는 점이 현대물리학의 양자역학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차원’에 대한 거창한 수식이나 공리를 다룬 책이 아니라 이공계생이나 그 외 분야의 사람들이라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학적인 차원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 곳곳에 숨겨져있는 옛 고전들을 이용한 언어유희들은 피식 웃게 만들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몇 년이 지난 후에 책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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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플랫랜드 | 4 자연과학 & 8 문학 | 23.04.18-23.04.19 | 애드윈 A. 애벗 | ★★★★★ | 필로소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