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감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받아들이며, 각 감각은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감각과 뇌의 활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homunculus
라고도 불리는 모델로 각 감각 기관들의 중요도를 분석하였다. 미각, 촉각, 시각, 청각, 후각의 다섯 가지 감각들은 상호보완하면서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만약에 불의의 사고로 이런 감각의 일부가 제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동안 익숙하게만 느껴졌던 감각 신호들이 끊기게 되면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들 것이다. 아무리 다른 감각들이 보완해주더라도 신호의 부재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신체나 감각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편함들과 개선할 부분들에 대한 담백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김초엽 작가님과 김원영 작가님 모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인데,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놓친 부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솔직히 최근에 ‘전장연 지하철 시위’ 때문에 장애인들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이 그렇게 격하게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에 대해 공감해보게 되었다. 너무 당연하게 우리에게 편리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부자연스럽고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엇다.
장애인이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것도 일종의 사이보그가 되다
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신박했다. 그동안 ‘사이보그’는 SF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슈트를 입는 아이언맨이나, 신체 일부를 개조해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두 작가님들은 그러한 개념을 확장해, 기술의 힘을 빌려 장애를 극복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자고 말한다. 수의나 전동 휠체어부터, 보청기까지 그들은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치료’인지 ‘증강’인지 ‘과연 정상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점에서는 굉장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은 오히려 청각을 되살리는 과정이 불편하고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는데, ‘FOR THE FIRST TIME’ 이라는 제목으로 감각을 되찾아주는 영상들이 정상인들의 시선만 고려했으며 어쩌면 당사자에게는 감동적인 극복하는 순간이 아닐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들은 더 이상 기술과학의 수혜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공헌하고 있다. 책 속 사례로는 ‘단종된 전동 휠체어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수리 기술을 배우고, 부품을 사모으는 행동’부터 같은 것이 있었는데, 장애인들은 수동적으로 기술의 혜택을 수용하는데서 머무르지 않고 같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시작했다.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이렌오더와 같이 장애인에든 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seamless한 기술들이 앞으로 더 개발되길 빌어본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개념들과 그에 따른 주석들이 쏟아지다보니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마치 논문 느낌의 비평 한 편을 다 읽은 느낌이랄까? 포스트휴머니즘이나 사이보그적 존재론, STS, 크립-사이보그와 같이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할 때에는 논지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두 작가님들이 후기에서 밝히듯 ‘이런 분야들이 탄생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동시에 조심스러운 주제라 연구하기에 쉽지 않다’에서 알 수 있듯이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등장해서 단번에 알아듣기에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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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 3 사회과학 | 23.05.13-23.05.14 | 김초엽, 김원영 | ★★★☆☆ | 사계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