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재밌다. 시험 치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귀납법이나 귀류법과 같은 강력한 논리 도구들을 가지고 새로운 성질을 찾아내는 과정과, 증명의 누적은 가히 인류 문명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대입을 위한 고등학교 수학은 대수학의 일부분에 국한되는데, 그러다보니 수학
이라는 학문의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놓치게 된다. 시험이라는게 어쩔 수 없이 줄세우기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 책은 그동안 수학을 문제풀이로만 생각했거나, 지루하지만 억지로 공부했던 과목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수학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관념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총 8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산술, 기하학, 대수학, 미적분학, 로그, 허수, 통계, 정보이론 각 분야의 필요성과 탄생한 배경, 중요한 공리들에 대해 역사적/수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각 분야들이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학문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기하학의 확장이 대수학이며, 이를 해석하기 위해 미적분학과 로그가 탄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들의 필요성이 허수나 통계, 정보이론을 낳았다는 내용은 이야기책을 읽는 듯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산술
우리가 사용하는 +
-
*
/
와 같은 사칙연산들과 자연수, 0, 음수, 정수, 소수, 분수, 실수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보통 문명의 발전을 불의 사용여부
와 연관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저자 브룩스는 그보다는 실생활에 숫자를 활용했는가
로 판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숫자를 통해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고, 부가 형성되며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회계로부터 시작했던 숫자가 큰 수의 계산의 필요성에 의해 0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부채를 나타내기 위해 음수를 사용했으며, 비율을 계산하기 위해 분수가 등장했다는 과정을 설득렸있게 보여준다.
기하학
형태적으로도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원과 관련된 수치들을 계산하기 위해 등장했던 $\pi$ 와, 기하학적 연구들이 불러온 원근법과 메르카토르투영법의 발명을 설명한다. 비록 무리수를 거부하고 숨기려 했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한계도 있지만, 동시에 조화성과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그들의 연구의 의의에 대해서 강조한다. 뉴턴이 자신의 미적분학을 뛰어난 수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고도의 기하학을 활용했다고도 하니…ㅋㅋ 당대 기하학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대수학
기하학에서 확장되어 대수학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독특한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여러 도형들의 넓이와 각의 특성들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시각적인 풀이 대신 숫자를 활용한 풀이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는 대수학의 발전으로 귀결되었다는 이야기다. 또한 n이 늘어날 때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는 점에서 수학의 영역과 차원이 증가하게 된다.
미적분학
미적분학은 한마디로 변화의 누적과 예측
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상태와 변화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적분학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라이프니츠와 뉴턴의 대립 과정을 보면서, 당시에는 귀족들이 지식을 독점적으로 소유했다는 사실을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논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정보가 공유되는 오늘날에도 서로가 발견한 것들을 숨기고 활용하려고 하는데, 당대에는 얼마나 심했을까 생각해보게 한다.
로그
계산의 혁명. ebay에서 vintage 물건들을 보다보면 종종 계산자(slide rule)을 볼 수 있는데, 계산기가 발명되기 전 당시에 그런 도구들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간략하게 ‘네이피어라는 수학자가 천문학을 위해 로그를 발명했다’는 소개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보다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tmi들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공계생이라 그런지 자연상수 e가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너무너무너무*100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되더라. 미분해도 적분해도 동일한 형태인 e^x
지수함수라니!! 그리고 lnx
을 활용한 여러 과학적 공식들을 생각해보면 로그 없이는 현대 과학이 발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허수
‘가짜’수 라고 불리는 통념을 깨주는 장이었다. 허수의 등장보다는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더욱 비중을 두는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전자기학을 쉽게 해준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위대하게 느껴졌다. 푸리에 급수를 풀다보면 i
허수가 등장하는데, 허수라는 개념 없이는 파동의 해석이나 전자기학의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점에서 왜 ‘가짜’수라는 이름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전자기학을 더 공부하면서 허수가 쓰이는 더 다양한 예시들을 공부해보고 싶기도 하다.
통계
정치, 로비에 쓰이는 통계. 특히 법정에서 ‘특정 상황에서 용의자가 진범일 확률’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숫자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의 의도대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데 통계 이론을 공부하면 그런 숫자들을 마주했을 때에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FFT(Fast Fourier Transform)을 활용한 정보압축 기술도 통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조사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정보이론
암호와 보안에는 아주 긴 숫자의 소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장이었다. 암호학이라는 분야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영역인데 bruteforce 방식으로 소인수를 찾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소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전쟁 당시에 무선 통신이 도청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의 전파 통신을 개발했던 그때 당시의 역사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제목 | 분야 | 읽은기간 | 작가 | 추천강도 | 출판사 |
---|---|---|---|---|---|
수학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 4 자연과학 | 23.06.01-23.06.07 | 마이클 브룩스 | ★★★★★ | bronste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