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과목은 몰라도, 난 화학이라는 학문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기본 물질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물리학도 좋지만, 그런 기본 물질이 모여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화학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수능에서야 타임어택 양적관계 문제를 주구장창 풀어대니까 흥미가 떨어지게 되지만, 화학의 본질은 자연현상에 대해서 자꾸만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재미있는 학문이다.

이 책은 근현대과학의 대표주자 조셉 프리스틀리, 앙투안 라부아지에, 존 돌턴,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를 포함해서 약간은 생소한 계면화학의 어빙 랭뮤어, 유기화학의 에밀 헤르만 피셔와 페르시 줄리앙, 생화학의 거티 코리, 결정학의 도로시 크로우풋 호지킨까지, 과학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10명의 위대한 과학자들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교과서에서 당연하듯이 배우는 여러 화학적 지식들은 사실 이런 선대 화학자들의 피땀과도 같은 노력이 수반되었기에 가능해졌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나는 지금 대학에서 화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부생인데, 과연 내가 화학의 세부분야 중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곳에서 어떤 성과를 내게 될지 궁금하면서 기대된다. 전에는 TCA회로나 호흡 메커니즘이 흥미로워서 유기화학과 생화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새는 반도체 공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MolecularRNN과 같은 툴에 대해서도 알아가면서 오히려 무기화학이나 계산화학 쪽이 더 끌린다. 아직 나의 젊은 시절은 많이 남았으니까 여러 분야를 접해보면서 꽂히는 분야로 나아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과학자들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한 분야만 들입다 파는 경우는 흔치 않고, 원래 본전공과 동떨어진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기도 하고, 백과사전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도 있었다. 너무 도입부부터 결말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써내려가지 말고, 차근차근 나아가면서 인생이라는 소설을 재밌게 작성해 나가보자!

라이너스 폴링의 1954년 노벨상 수상식 연설 내용을 남기면서 글을 마친다.

하찮은 늙은이가 당신에게 이야기할 때 존경심과 집중력을 가지고 들어라. 하지만 믿지는 말라. 절대 자신의 지식이 아닌 이상 어떤 말도 믿지 마라. 그 사람이 노벨상 수상자이든, 조상이든, 백발노인이든, 그들의 말이 틀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젊은 세대는 그 전세대가 틀렸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의심해라. 항상 자기 자신을 위해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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