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분야에 대해서는 KAOS 강연이나 퀀텀스토리와 같은 책을 통해서 많이 접해왔다. 중학생 시절에 과학자의 길로 인도해주셨던 선생님께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제목의 KAOS 양자역학 강연으로 초대해주셔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자연과학을 재밌게 공부하는 한 대학생이 되도록 이어졌다.

화학과 학생은 보통 어떤 출판사의 일반화학을 선택하는가,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 배우는 포커스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나의 경우 물리화학에 진심인 교수님이 가르치셔서 열역학과 양자역학 분야를 꽤나 깊게 다뤘던 기억이 난다. Oxtoby modern chemistry 자체가 양자역학에 방점을 찍은 책이기도 하구.. 3차원 Particle-in-a-box 문제를 열심히 풀면서 기말고사를 준비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에는 마냥 수식에 집중하고 어떤 양자역학의 큰 그림이나 흐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요새 관심있어하는 계산화학 분야에 양자역학은 떼어낼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고, 간만에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학구열에 불타서 이 책을 집어 읽게 되었다. Transnational College of LEX의 특성 상 ‘누구나 조금만 노력한다면 해당 학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주의를 가지고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의 경우 ‘수식’을 이용해서 양자역학의 큰 틀을 이해해보자는게 주 목적이었는데, 기본적인 푸리에 급수와 미적분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사실 전편에 해당하는 수학으로 배우는 파동의 법칙을 먼저 읽기를 추천한다.

다른 책들의 경우 양자역학의 특정 부분에만 방점을 두거나, 원자론 얘기하다가 중간 과정을 모두 빼먹고 곧바로 보른과 하이젠베르크의 확률 원자론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 그 사이의 이야기를 잘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한마디로 양자역학의 탄생에서부터 발전 과정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증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자역학의 key equations를 하나씩 유도해가는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어서, 전개 과정을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양자역학의 거장들에게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론만 배웠을 때에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수식들을 떠올리게 된건지 의문점을 가지며,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해… 라며 좌절했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좌절하고 암울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조금은 인간미를 느끼게 되었다. (물론 범접할 수 없는 발상과 논리 전개 (i.e 행렬역학)는 인정해줘야 하겠지만…ㅎㅎ) ‘전자’와 관련해서 ‘이미지’를 포기했던 하이젠베르크와는 달리, 자고로 물리학이라면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며 설명하기 위해 애썼던 슈뢰딩거의 열정이 많이 공감되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계속해서 슈뢰딩거를 응원하게 되었는데, 힘들게 만들어낸 수식이 차원의 문제 때문에 결국 ‘이미지’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슈뢰딩거는 결국 양자역학에서 손을 떼고 분자생물학이라는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그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번에 분자생물학 분야에서의 그의 업적을 찾아볼 계획이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6장: 보른과 하이젠베르크 부분에서는 쓸 수 있는 수학적 기법의 한계 때문인지 수식 대신 이야기책처럼 풀어내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조금은 얼렁뚱땅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식을 소개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약간 빈약하긴 했다. 관련 내용을 더 알고 싶다면 양자역학과 관련된 추가 책을 읽는걸 추천한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다시 퀀텀스토리나 다른 양자역학 관련 교양서적을 읽으면 느낌이 색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책에서 자주 등장했던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읽어보면서 그의 관점에서 양자역학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고 싶기도 하다. 간만에 나의 수학적 뇌를 자극하는 책을 읽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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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배우는 양자역학의 법칙 4 자연과학 23.06.08-23.06.24 Transnational College of LEX ★★★★★ Gbrain(지브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