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SF 덕질을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작품들을 찾던 중에 Apple tv+에서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있길래 시간을 내서 정주행 했다. 시즌1은 10부작으로 완결되었고, 2023년 7월부터 시즌2가 연재되는데, 새로 나올 작품을 기대하면서 일주일 힘차게 살 예정이다. ㅎㅎ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SF의 거장 중 한 사람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인데, 스케일도 크고 나름의 철학도 담겨있다. 최근에 읽은 책 아이 로봇도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인데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지만, 미래 세계에 대한 아시모프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년에 낑낑대면서 열심히(?) 읽었던 듄(DUNE)
과 설정이 비슷하면서도 은근 달라서, 틀린 그림 찾기 하듯이 다른 설정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경우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이 은하계 단위로 그 영향력을 뻗어나가는데 이제 겨우겨우 Voyager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는 우리 인류와 비교했을 때 감이 잡히지 않는 세계관이다. 때문에 주요 종교의 경우 추종자들이 4조(!)명에 달하며, 수도인 트랜터에는 400억명이 살아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여담으로 그 먼 미래에도 수도집권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지금과 많이 닮아있어서 재밌다.)
⚠ 주의!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핵심 소재는 문명의 몰락의 예언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다툼과 갈등들
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심리학자인 ‘해리 셀던’이 몇 세기 내로 제국이 멸망할 것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는데, 황제 입장에서는 ‘감히!’라고 발끈하게 되며 그들을 추방시킨다. 하지만 이 또한 해리의 계획이었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할 씨앗과도 같은 파운데이션(foundation)
이 탄생하게 된다.
해리의 예언은 오직 황제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대립하기도 하고 이 상황을 기회삼아 힘을 모으는데 애쓰기도 한다. 이건 마치 지구온난화 현상과 관련해서 여러 환경 단체와 기업들이 정치적 싸움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현재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왜 우리가 그걸 막기 위해 애써야하는가, 지금 이렇게 평화로운데’라는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반대 입장에서 환경 단체는 지구 온난화의 추세와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앞으로 어떤 재앙이 닥칠지 예상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1920년에 쓰인 작품이기에 ‘지구온난화’라는 개념도 등장하기 전에 쓰인 소설이라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우연의 일치로 내용이 비슷해서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었다.
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점은 인간처럼 지능을 가진 AI 로봇이 배제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먼 미래인데도 왜 인간처럼 생각하고 일하는 로봇들이 사용되지 않는 점은 타 SF소설들과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듄의 경우 ‘버틀레리안 지하드’를 거치면서 모든 기계를 파괴하고 없애는 전쟁을 일으켰다고 나오는데, 파운데이션 시즌1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지만 AI 로봇이 사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제국의 흥망성쇠의 변곡점에 해당했다고 간접적으로 설명된다. 아마 듄과 비슷하게 어떤 로봇 전쟁이 일어났던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웃긴 점이라면 황제는 여전히 AI 로봇을 보자관 내지 비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제국을 망치게 한 원인을 곁에 두고 혼자만 독차지한다니! ㅋㅋ 약간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명의 소설과 차이점이 있는데, 영화의 경우 황제에게 클론
이라는 개념을 부여해서 동일한 DNA을 가진 복제품 인간이 늙은 황제를 대신한다는 설정을 가졌다. 이를 ‘유전 왕조’라고 일컫는데 어린 황제부터 늙은 황제까지 던(새벽), 데이(낮), 더스크(황혼)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클리온 황제의 클론들이 과연 영혼을 갖는가 라는 철학적인 의문을 던지는데, 감독은 이에 대해 ‘클론은 영혼이 없다’고 보는 입장인 듯 하다.
재밌게 시즌1을 정주행했는데, 내용 전개가 느리다가 갑자기 빨라져서 장면과 장면 사이 연결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동면 기술도 있고 시공간을 접어서 다니다보니 시간 개념이 몇 년 단위가 아니라 몇십년, 몇 세기 단위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지만 종종 장면 전환의 연계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SF소설의 영화화에서는 액션 씬에 공을 많이 들여야하는데 제작비 제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훌륭한 CG가 등장하지만 너무 순식간에 끝내서 몰입하려 하다가 금세 끝나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장면들이 내용상 전환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조금 더 그런 부분들에 힘을 썼으면 이야기가 덜 루즈해지지 않았을까 아쉽긴 하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구입해서 읽는 중이다. 내용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달라서 설정을 공유한 다른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나는 생각까지 들었다. 파운데이션 1,2,3편을 모두 읽고 나서 apple tv+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의 차이점과 어떤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